금요일, 5월 1,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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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억 한옥 지원금에도…”양옥 짓게 해달라” 서촌 화났다, 왜

서울시 종로구 필운동에 위치한 공공한옥. 서울시가 청년 임대주택용으로 2019년 매입했다. 매입비와 수선비로 15억원이 넘는 예산을 썼지만 현재 1년 넘게 비어 있다. 한은화 기자

“한옥에서 못 살겠어요.”지난 8일 서울시 종로구 체부동 서울생활문화센터에서 열린 ‘경복궁 서측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주민토론회’에서 주민들은 “양옥 좀 짓게 해달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곳에 주민 130여명이 모였다. 서촌한옥마을에 있는 한옥 663채 소유주 가운데 5분의 1 이상이다.

서촌 일대는 2004년 이명박 전 서울시장 때 아파트 재개발이 추진되던 뉴타운 지역이었다. 당시 600가구 규모로 12층짜리 아파트 건립을 추진했지만, 2008년 오세훈 시장이 한옥활성화선언을 하면서 정비계획안을 불허했다. 이어 2010년 한옥보존지구로 지정됐다. 대신 서울시는 한옥을 신축하거나 수리할 때 면적에 따라 융자금을 포함해 최대 1억8000만원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8일 종로구 서울생활문화센터에서 열린 '경복궁 서측 한옥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주민토론회'의 모습. 한은화 기자

지난 8일 종로구 서울생활문화센터에서 열린 ‘경복궁 서측 한옥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주민토론회’의 모습. 한은화 기자

한옥 공사비 3.3㎡당 2000만원 넘어

하지만 이날 토론회에서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한옥 공사비가 3.3㎡당 2000만원이 넘는 데다, 지원금을 받으려면 서울시의 전통한옥을 강조한 디자인 규제를 따라야 해서다. 서촌의 한옥을 증여받은 김상현(61)씨는 “2010년 서울시의 보조ㆍ융자금으로 1억 2000만원을 지원 받아 한옥을 수리해 살려고 했는데 총 공사비가 3억4000만원이 나와 포기하고 한옥스테이 기업에 장기 임대를 줬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한옥보존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주거환경이 개선되지 않아 살기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서촌에 50년째 사는 황도하(67)씨는 “서울시가 한옥보존지구로 지정할 때 주차장 건립이나 노후한 하수도관 정비 등 인프라 개선을 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이후 보도블럭을 화강암으로 바꾼 것 외에 달라진 게 없다”며 “결국 보존이 아니라 방치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주민이 떠나 버린 한옥은 기업형 한옥스테이(한옥체험업)로 바뀌고 있다. 종로구에 따르면 한옥체험업을 하는 서촌의 한옥은 총 85채다. 이곳 한옥 663채 중 13%에 달한다. 한옥마을이 한옥체험살이촌으로 변질되고 있는 모양새다.

1년 넘게 비어 있는 공공한옥 

서울시의 한옥정책이 현장과 엇박자를 내기도 한다. 시는 2019년 도시재생사업 차원으로 서촌의 한옥 한 채(대지면적 145.5㎡)를 매입해 청년을 위한 한옥임대주택으로 고쳤다. 사업비가 15억원이 넘게 들었지만, 2022년 1인 가구가 월 임대료 200만원을 내며 1년간 살았고 이후 비어 있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현재는 SH공사가 운영하고 있는데 다음 달에 임대를 위한 입찰 공고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촌 주민 이모(42)씨는 “서울시가 십수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1인 가구를 위한 한옥 임대주택을 왜 운영하려 했는지, 누구를 위한 한옥 정책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의회 이응주 의원은 “서울시는 한옥보존을 외치면서 정작 한옥에 거주하는 주민은 외면하고 있다”며 “주민협의회를 결성해 한옥보존지구 규제 해제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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