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물포캠퍼스 폐교로 인근 원도심 슬럼화·우범지대화인천시서 각종 지원금·‘원도심 활성화’ 조건 부지 양여3년째 개발계획 전무…주민들은 “시민공원으로” 의견
인천대학교 제물포캠퍼스가 오랜 세월 방치되면서 이곳 운동장은 과거 모습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무성한 숲으로 변했다. 박준철 기자
4일 인천 미추홀구 국립 인천대학교 제물포캠퍼스. 제멋대로 자란 잡초가 무성했고, 건물들은 여기저기 페인트가 벗겨져 있었다.
10년 넘게 방치된 탓에 건물 계단마다 이끼가 꺼멓게 끼었다. 대학 상징물로 보이는 율곡 이이 동상은 학교 뒤쪽에 방치된 채 녹슬어가고 있다. 학생회관 앞 농구대는 녹슬었고, 바닥은 울퉁불퉁 파여 있었다. 산책을 나온 주민들만 한두 명 보일 뿐 넓은 캠퍼스는 텅 비어 도심 속 ‘유령 캠퍼스’가 돼 버렸다.
1979년 미추홀구 도화동(제물포캠퍼스)에서 개교한 인천대는 당초 선인학원이 설립한 사립대로 출발했지만 이후 시립대를 거쳐 2013년 국립대로 전환했다.
2009년 송도로 이전하면서 폐교된 제물포캠퍼스에는 현재 평생교육시설만 남아 있다. 1만명 이상의 학생과 교수·교직원들이 빠져나간 후 대학 건물과 학생회관, 운동장 등 22만1489㎡가 14년째 방치돼 있다.
특히 제물포캠퍼스가 있는 선인학원 내 부지에는 중·고교와 대학교 등 9개 학교가 있는데 인천대가 장기간 방치되면서 이 지역이 우범지대로 변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인천대 제물포캠퍼스와 인근 중·고등학교에서 2020년부터 3년간 발생한 범죄는 폭력과 절도 등 19건으로, 68.6%가 야간에 발생했다. 주민 A씨는 “낮에는 가끔 캠퍼스 안에서 산책하곤 하는데, 밤에는 보안등 몇 개만 켜져 있어 들어가기가 겁난다”고 말했다.
제물포캠퍼스 인근 원도심의 슬럼화도 가속화되고 있다. 경인전철 제물포역 인근에서 23년째 상점을 운영하는 B씨는 “인천대가 송도로 이전하기 전에는 제물포역 주변이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학생들로 북적거렸지만, 지금은 인적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원도심이 쇠락하면서 인천대는 2020년 인천시로부터 ‘원도심 활성화와 교육여건 개선을 위해 10년 이상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으로 학교부지를 무상 양여받았다. 이에 인천대는 2021년 제물포캠퍼스 전체 부지 중 31.6%인 7만㎡를 상업용지로 개발하고, 나머지는 학교용지로 사용하겠다는 내용의 개발 기본구상안을 수립했고, 인천시는 이를 ‘2040 인천도시기본계획’에 포함했다.
그러나 인천대는 부지를 무상으로 받은 지 3년이 지났지만 뚜렷한 개발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인천 동구미추홀구갑)에 따르면 인천대는 그동안 인천시로부터 송도캠퍼스(45만㎡)와 제물포캠퍼스(22만㎡) 등 토지 67만㎡를 무상으로 받았다. 앞으로 송도 땅 21만㎡를 더 받을 예정이다.
또 학교발전기금·차입금·차입이자 등으로 5070억원을 지원받았고, 앞으로도 4539억원을 더 받을 예정이다.
이로 인해 일부 시민단체와 지역 주민들은 인천대 제물포캠퍼스 부지 중 상업용지로 전환된 부분을 ‘시민공원’으로 만들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허 의원은 “인천대는 인천시로부터 엄청난 지원을 받고 있는 만큼 캠퍼스 내 주차장과 산책로, 체육시설 등을 주민들에게 개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천대 관계자는 “제물포캠퍼스 내 주차장을 지역 주민들에게 개방하기 위해 관할 구청과 협의하고 있다”며 “캠퍼스 내 시설물 안전을 위해 자체 순찰을 강화하는 등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