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본격 출범을 앞둔 ‘보험 비교 플랫폼’이 보험업계와 핀테크업계 간 갈등전으로 비화되고 있다. 보험료 규모가 큰 자동차보험에 적용될 수수료가 구체화되지 않았고 자사 플랫폼에 적용할 보험요율이 결정되지 않아서다. 낮은 경쟁력으로 유명무실해진 ‘보험다모아’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1일 보험업계와 핀테크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생명·손해보험협회, 핀테크산업협회는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에서 보험상품 비교·추천서비스 공동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식에는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에서 각각 22개사, 18개사가 참여했으며 핀테크업계에서는 지난 7월 금융위원회가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한 11개사(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비바리퍼블리카 등)가 참여했다.
이날 협약문에는 그간 보험업계와 핀테크업계가 이견을 보였던 안건에 대한 세부 방안이 규정됐다. 보험 비교 플랫폼에서 다뤄질 상품은 자동차보험, 실손의료비보험, 해외여행자보험, 저축성보험(연금 제외)이다. 이 상품들에는 표준 API가 적용되며 핀테크업계도 이에 동의했다.
표준 API는 표준화된 가입조건으로 보험료를 산출한다. 가입자의 여러 조건을 반영해야 하는 보험상품의 경우 정확한 보험료 산출이 어렵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내년 1월 출범까지 약 두 달이라는 시간적 한계를 고려해 양 업계는 표준 API 사용을 합의한 것으로 풀이된다. 건강보험, 어린이보험 등 제3보험은 개별 API가 적용될 여지가 주어지면서 개별 상품의 수수료를 보험사와 협상할 수 있게 됐다.
자동차보험은 이미 표준화가 이뤄져 있고 다이렉트 채널 가입이 익숙한다는 점에서 높은 호응이 예상되고 표준 API 사용이 문제가 될 소지가 적지만 ‘수수료’가 가장 큰 쟁점으로 꼽힌다.
금융위는 과도한 수수료 부과를 막기 위해 지난 8월 자동차보험 중개에 따른 수수료가 4%대 이상을 넘겨선 안된다는 상한선을 규정했다. 그러나 4%대는 상한선일 뿐 구체적으로 수치가 명시되지 않아 해석의 여지가 남아있다. 여기에 자동차보험은 대형 4개사(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가 시장 점유율 85%를 차지해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이견도 있는 상황이다.
보험업계는 보험계약 체결이 보험 비교 플랫폼이 아닌 보험사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므로 플랫폼에 별도요율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핀테크업계는 플랫폼에 적용되는 보험요율이 보험사 다이렉트 채널과 동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체감되는 보험료 수준이 다르면 플랫폼의 효율성과 참여도가 떨어질 수 있고 소비자 편익 증진에도 배치된다는 논지다.
협약에 참여한 핀테크업체 한 관계자는 “더 비싼 보험료를 내면서까지 플랫폼을 이용하고 싶어 할 고객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소비자들은 여러 보험사의 보험료를 한 군데에서 비교하고 보험사 다이렉트 채널과 차이가 나지 않는 보험료를 적용받고 싶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형 보험사를 중심으로 별도 요율을 만들자는 입장은 플랫폼을 통한 중개수수료가 드는 만큼 고객에게 보험료를 받아야 한다는 논리로 읽힌다”며 “이는 소비자에게 보험료를 전가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플랫폼 성공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업권 간 보험요율 적용에 이견이 있지만 기존 플랫폼인 보험다모아보다 소비자 편익은 증대될 것이라는 건 공통된 시각이다. 보험다모아와 보험비교플랫폼의 차이점은 특약 반영이 가능하다는 점인데 보험다모아는 공통적인 항목만 비교를 할 수 있어 한계가 존재했다.
보험다모아를 통한 비교는 할인특약에 따른 보험료 변동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자동차보험은 할인특약을 통해 보험료를 낮출 수 있는 요소가 많다. 보험 비교 플랫폼은 보험다모아와 달리 특약보험료를 포함한 보험료를 산출할 수 있어 비교가 더 수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다모아와 비교해 비교플랫폼에서는 특약보험료도 반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비교 가능성과 소비자 편의는 확대될 것”이라면서도 “수수료 등 업권 간 이견이 있는 사항은 시행까지 시일이 남아있으므로 논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