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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술품 시장이 각광받으면서 ‘아트테크’(아트+재테크) 사기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보험사 고객 정보를 활용한 아트테크 영업까지 등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은행법 등 관련 법령에 따른 인허가나 등록·신고 없이 원금을 보장하는 ‘유사수신행위’로 불법일 가능성이 크지만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자를 유인하고 있어 정부도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지난달 27일 서울 마포구의 ㅇ갤러리를 소유한 ㄱ주식회사 대표 김아무개씨(40)씨에 대해 사기 혐의로 고소장이 접수됐다고 10일 밝혔다. 고소인들과 ㅇ갤러리 직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서울 강서구의 한 보험대리점 대표를 맡고 있는 김 대표는 지난해 4월 박아무개(28)씨 등 대리점 영업사원 대부분을 갤러리 에이전트(미술품 영업사원)로 위촉하고, 보험 상품을 팔면서 ‘아트체인’ 상품을 함께 끼워팔도록 했다.
ㅇ갤러리의 ‘아트체인’ 상품은 전형적인 아트테크로, 갤러리 전속 작가들의 그림 소유권을 고객에게 팔되 실제 그림은 호텔·병원·카페 등에 빌려주고, 거기서 나오는 수익을 고객에게 수수료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계약서에는 총 3년의 계약기간이 끝나면 갤러리가 다시 그림의 소유권을 재매입하도록 돼 있는데, ㅇ갤러리는 ‘원금이 보장되는 연이율 12%(3년간 총 36%) 상품’이라며 투자를 유치했다.
문제는 이런 영업 방식이 전형적인 불법 유사수신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은 ‘인허가 없이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사업’을 유사수신행위로 보고 원금 전액 지급 약정 등을 금지하고 있다. 나아가 ㅇ갤러리는 보험대리점의 고객 데이터베이스(DB)를 그림 판매에 이용했는데 이는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목적 밖의 용도로 이용한 것이어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도 있다.

박씨는 이런 사실도 모른 채 다수의 고객에게 그림 소유권을 팔았고, 실적 압박에 못 이겨 부모님에게도 5천만원어치의 상품을 팔았다. 최근 박씨는 원금을 돌려줄 것을 요구했지만, 김 대표는 원금 상환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박씨와 같은 피해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를 고소한 ㅇ갤러리 전 직원 김아무개(30)씨는 “전체 고객이 150~200명 정도로 알고 있다”며 “최소 피해 금액만 50억원 이상일 것”이라고 말했다. 고객당 평균 3억~5억원을 투자했다는 갤러리 설명대로라면, 피해 금액은 수백억원대에 이를 수 있다.
그림 대여 사업이 이뤄지지 않은 채 고객들에게 투자금을 받아 ‘수수료 돌려막기’를 한 정황도 있다. 전 직원 김씨는 “수장고를 정리했는데, 대여 나간 그림이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전속작가 ㄱ씨도 “그림 200여점을 팔았는데 대부분 갤러리나 제가 가지고 있다. 렌털 사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아트테크 관련 제보가 지속적으로 접수되고 있다”며 “투자 전 거래 상대방이 미래의 채무를 불이행할 위험을 꼭 생각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채운 기자 cwk@hani.co.kr
